코로나 정점 비코로나 초과사망자 2만2천명, 원인은 '후진국 수준의 중환자 의료체계'

- 코로나 19 대유행 겪으며 부실한 중환자 의료체계의 민낯 여실히 드러나
- 2021년 10월부터 초과 사망자 월 2,000명, 올해 1~5월 무려 22,365명 발생
- 후진국 수준 중환자실, 의료체계 개선으로 국민에게 선진국형 의료서비스 제공해야!
- 가장 큰 문제는 응급실·중환자실 구분 못 하는 정부의 마인드, 중환자 의료 담당 부서 신설 시급

김은식 기자 승인 2022.11.30 16:35 의견 0

"코로나 대유행 시 우리나라 사망자 수를 분석한 결과 2021년 10월부터 월 2,000명 이상의 초과사망이 꾸준히 발생했다.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이었던 2022년 1월부터 2022년 5월 사이에 관찰된 초과 사망자는 무려 47,516명이었으며, 이중 반 정도(22,356명, 초과 사망자의 49.2%)가 코로나 19로 진단받지 않은 비코로나 환자에서 나왔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9일 '필수의료 중환자 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지난 3년 동안 겪었던 초유의 전염병 코로나 19 대유행을 겪으며 부실한 중환자 의료체계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라고 성토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회장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회장(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호흡기내과 교수)은 "이처럼 대규모 초과 사망자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더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코론 중환자 진료에서는 중환자 병상이 양적으로 부족하지 않았어도 코로나 19 중환자 병상으로 전환력이 낮았고, 확보된 병상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중환자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중환자 경험이 없는 인력에 의해 치료가 이뤄지면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회장은 "일반 중환자들에서 초과사망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평상시 뇌출혈, 심근경색 등 중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던 의료 자원이 코로나에 투입됨으로써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19 대유행 시 평소보다 상급종합병원에서는 3.5%, 종합병원에서는 12.6%가량 중환자실 이용이 감소해 이 시기에 코로나 환자는 물론 일반 환자의 중환자 의료가 모두 붕괴됐다는 대한중환자의학회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서 회장은 "우리나라 중환자 의료의 수준은 국민에게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한 상황"이라며, "경험 없는 간호사, 전문의 없는 중환자실에 우리 국민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데, 지금 당장이라도 필수의료로서 중환자 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우리나라 의료는 암, 이식, 수술 등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나 필수의료 중 하나인 중환자 의료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낙후돼 있다"며, "이는 현재의 단일 의료보험인 건강보험 체계 하에서는 중환자 의료체계를 포함해 수가 보상이 제대로 안 되면서 인력, 시설, 장비가 꾸준히 유지돼야 하는 분야는 병원들의 자발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중환자실은 위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곳으로 고위험 약물, 고도의 모니터링 장치 및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에크모 같은 의료장비를 다뤄야 하므로 고도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춘 경험 있는 중환자 전문의료진은 필수적이며 전문의료진 양성은 수년의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현재 의료법상 중환자실에 전문의 배치는 필수가 아닐 뿐만 아니라 일반 병실 입원 전담전문의만도 못한 전담전문의 가산수가로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중환자 전담전문의를 배치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회장은 "중환자실 시설기준 또한 적은 비용으로 많은 환자를 보도록 좁은 공간의 다인실 구조로 감염 전파에 취약하며 환자 인권 보호는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감염병 재난 시 감염환자의 수용이 불가한 후진국형 구조로 의료장비 기준도 매우 열악하다"고 꼬집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 의료체계 개선은 이번 코로나 대유행에서 경험했듯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지만 현재의 제도하에서 중환자의료체계의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의료계가 필수의료 영역인 중환자 의료체계에 집중적으로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을 이끌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서 회장은 "중환자 의료체계가 개선돼야 우리 국민이 선진국에 걸맞은 중환자실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평상시에도 치료 경험과 결과를 호전시키고 코로나 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유행 시에는 중환자 의료체계 위기 대응능력을 강화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사회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1문 1답​

이번 기자간담회의 개최 목적을 다시 한번 설명해달라.

서지영 회장 : 우리나라 의료는 다른 의료분야에 비해 매우 뒤처져 있다. 필수의료를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필수적인 분야는 인력과 장비, 그리고 공간이 투자돼야 한다.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수가가 잘 안 나오는 분야는 자연스럽게 투자할 수 없다. 우리나라 중환자실 수준은 국민에게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한 상황이다. 단순히 말로만 중환자 의료체계가 열악하다는 것이 아니다.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조사한 분석 데이터를 보면 '대한민국 중환자 의료체계의 처참한 실정'을 알 수 있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이 상황을 개선해 국민에게 우리나라 수준에 맞는 중환자 의료를 제공하고자 열게 됐다.

초과 사망자가 이렇게 많이 나온 이유는?

서지영 회장 : 우리나라 중환자 의료체계가 워낙 취약했고, 갑자기 늘어나는 중환자를 핸들링할 여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환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꼭 죽지 않아도 될 환자가 죽었을까 생각하면 결국 중환자를 보는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중환자 의료의 가장 큰 차이는 인력이다. 우리나라 제도상에는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가 필요 없다. 그러니 대부분 중환자실이 경험 없거나 부족한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 19라는 큰 스트레스가 닥쳤고, 한정된 인력으로 모두를 해결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이다.

해결책은 없나?

서지영 회장 : 지금의 제도하에서는 이른바 '슈퍼 갑'인 정부가 움직여줘야 한다. 진정한 필수의료 영역인 중환자 의료체계에 병원이 과감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을 이끌어야 한다. 수가 조금 올려주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우리나라도 선진국다운 중환자 치료를 받을 자격이 있다. 마땅히 찾아야 할 권리, 한 ㅇ번도 가져보지 못한 그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해결 의지를 가져주기 바란다,

실제로 정부에서는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나?

홍석경 기획이사 : 솔직히 정부의 중환자 의료체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병상확보를 해결책이라고 하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콘텐츠나 인력은 전혀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 19에 병상만 확보했지 인프라에 있어서는 아무런 준비도 되지 못했다. 필수의료 협의체에서 논의되는 것도 수가 보상이나 수술·질환 코드 정도인데 실제로는 중환자 의학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제대로 하려면 담당자 전담부서가 필요하다.

초과사망자 연구 조사에 대한 중환자의학회의 입장은?

김영삼 연구이사 : 코로나 19 발생 초기 대구에서 젊은 환자가 사망한 것을 계기로 코로나 대유행을 전제로 2년 연구를 했다. 2000~2021년까지 잘 유지돼 방역을 완화하려는 상황에서 델타와 오미크론이 나오면서 갑자기 환자가 늘었다. 초기에는 인력을 총동원해서 그나마 잘 했는데, 중환자가 300명이 넘어가면서 상황은 심각해졌다. 중환자가 300~400명이 넘어가면서 초과사망자를 예상했고, 올해 중반에 그 데이터가 나왔다. 연구하는 입장에서 초과 사망자가 안 나온다면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잘 버티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올해 5월 문제가 심각하다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나왔다. 특히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나온 초과 사망자는 살 수 있는 환자를 의료체계가 감당하지 못해 죽은 것이다. 이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한달에 2,000명 씩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는다는 의미다. 정부 역시 주도적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중환자 의료체계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이 발생한다면…

박치민 총무이사 : 비코로나 환자의 사망이 급격히 늘었다는 것은 현장에서 느낄 수 있다. 사실상 수치 상으로 궁금했는데 50%에 육박하는 초과 사망률 결과를 보고 놀랐으며, 이것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붕괴 수준으로 흔들렸다는 뜻이다. 중환자 의료체계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또 신종 전염병이 생기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제도상에서 중환자 의료를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가?

홍석경 기획이사 : 솔직히 가장 힘든 부분은 정부가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공간과 인력, 직무가 분리돼 있는데도 인지가 떨어진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중환자실에 대한 개념이 어느 정도 생긴 것 같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국가든 복지부든 국민이든 이번을 통해 문제의식을 관철시키겠다.

김영삼 연구이사 : 중환자 의료를 담당할 전담부서가 없다. 담당자라고 해도 비전문가이고, 몇달동안 이해시키고 나면 또 담당자가 바뀐다. 그러다보니 정책이든 제도든 추진이 되지 않는다. 중환자 의료를 담당할 전담부서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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