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하장우 교수

찬 바람이 부는 계절이면 손가락이 뻣뻣해지고 아침마다 잘 펴지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이러한 증상은 흔히 ‘추워서 그렇다’거나 ‘나이가 들며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통증’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류마티스관절염의 초기 신호인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한 시간 이상 지속되는 아침 강직이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우리 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인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 면역체계가 자신의 조직을 외부 인자로 잘못 인식해 공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한다. 적절한 치료 없이 시간이 지나면 염증은 연골과 뼈를 손상하고, 결국 관절 변형과 기능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면 질환의 진행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발병 원인과 위험요인

류마티스관절염은 전체 인구의 약 0.3~1%에서 발생하며,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흔하다. 주로 40세 이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0~30대에도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며,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중에서도 흡연은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히며, 발병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치료 예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최근에는 치주염 등 만성염증과의 관련성도 지적되면서 구강 건강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고려하면, 관절 통증과 부종이 지속될 경우 단순한 통증으로 넘기지 않고 의학적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의심해볼 만한 증상

류마티스관절염에서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양측 관절이 대칭적으로 붓고 아프다는 점이다. 손목과 손가락, 발가락, 팔꿈치, 어깨, 무릎 등이 동시에 아플 수 있다. 반면 손가락의 끝마디 관절은 보통 침범하지 않는다. 손가락 끝마디가 두꺼워지고 아픈 경우는 퇴행성관절염에서 흔한 소견이다. 아침에 한 시간 이상 관절이 굳어 움직이기 어려운 ‘조조 강직’도 중요한 단서다. 이러한 증상과 더불어 피로감, 식욕 저하, 미열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며, 일부 환자에서는 폐나 심장에 염증이 생겨 호흡곤란이나 흉통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처럼 류마티스관절염은 단순한 관절 문제를 넘어 전신성 염증 질환이라는 점에서 조기진단이 특히 중요하다.

단일 검사로 진단되지는 않아

류마티스관절염은 혈액검사 하나만으로 확진되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의 5%에서도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으로 나타나고, 반대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25%에서 류마티스 인자가 음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진찰에서 확인되는 소견, 혈액검사 결과(류마티스인자·항CCP항체·염증 수치 등), X-ray나 관절 초음파 같은 영상 검사를 토대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중 항CCP항체는 류마티스인자보다 류마티스관절염과의 연관성이 높다. 증상이 발생하기 수년 전부터 양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므로 당장 증상이 없더라도 새로운 관절 증상이 발생하는지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좋다.

통증 조절과 관절 손상 지연이 치료 목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는 단순히 통증을 줄이는 것을 넘어 염증을 조기에 적극적으로 억제해 관절 손상을 막고, 환자가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가 있다. 고혈압환자가 약을 복용해서 혈압을 관리하듯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도 약물치료를 통해 질병 활성도를 조절한다. 치료의 기본은 항류마티스 제제이다. 이 약제들은 장기간 꾸준히 사용해야 효과가 있으며, 필요에 따라 여러 약제를 병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기존 치료만으로 조절이 충분하지 않으면 생물학적 제제나 표적 합성치료제 사용을 고려한다. 이들 약제는 염증 신호를 직접 차단해 효과적이지만, 감염 위험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 따라서 약제 사용 전후에 면밀한 관찰과 정기적인 진료가 필수적이다. 스테로이드는 급성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히는 데 유용하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부작용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임신 중에는 계획적인 약물 조절이 중요

류마티스관절염은 여성에게 더 흔한 질환이기 때문에 임신·출산과 치료의 조화를 걱정하는 환자가 많다. 임신 중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있는 반면, 임신 전에 반드시 중단해야 하는 약도 있다. 예를 들어 메토트렉세이트와 레플루노마이드는 태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임신 전에 충분한 기간을 두고 중단해야 한다. 반대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설파살라진, 저용량 스테로이드 등은 상황에 따라 임신 중에도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운동·체중·습관이 중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는 약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의 관리가 병의 경과에 큰 영향을 준다. 염증이 심해 관절이 붓고 통증이 심한 시기에는 관절을 무리하게 사용하지 말고 충분히 쉬어야 한다. 증상이 안정되면 가벼운 스트레칭, 근력운동 등을 통해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함으로써 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 운동 시에는 작은 관절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손가락보다는 손목, 팔꿈치 같은 큰 관절을 활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흡연은 발병과 악화 모두와 관련이 있어 반드시 금연이 권고된다. 만성치주염과도 연관성이 있는 만큼 정기적인 구강검진 역시 중요한 생활관리 요소다.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환

류마티스관절염은 좋아졌다가 다시 악화하기를 반복하는 만성질환이다. 통증이 일시적으로 줄었다고 해서 약을 임의로 줄이거나 중단하면 염증이 다시 심해지고 관절 손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반대로 열이 나는 등 감염이 의심될 때는 약물 조절이 필요할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꾸준한 진료와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 치료 못지않게 중요하다. 손가락이나 손목이 양쪽 모두 6주 이상 붓고 아프거나 아침에 한시간 이상 관절이 굳는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넘기지 말고 류마티스내과를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관절 손상을 최소화하고 오랫동안 활기차게 일상생활을 유지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류마티스관절염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지만, 적절히 치료하면 ‘평생 고통을 겪어야 하는 질환’은 아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건강한 관절을 지키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