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신동훈 치료내성연구과 교수

국립암센터(원장 양한광) 연구소 치료내성연구과 신동훈 교수 연구팀은 KRAS(Kirsten rat sarcoma viral oncogene homolog*) 돌연변이를 가진 폐암에서 항암제가 잘 듣지 않게 만드는 ‘내성 스위치’ 역할의 신호 전달 경로를 규명하고,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천연물 유래 후보 물질을 발굴했다.

KRAS 돌연변이는 폐암, 특히 비소세포폐암에서 흔히 발견되는 암 유전자 이상으로, 해당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는 항암치료 반응률이 낮고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는 KRAS 단백질 자체를 직접 억제하거나 하위 신호 경로를 차단하는 치료가 시도됐으나 약제 내성과 부작용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KRAS 자체를 직접 억제하는 대신, KRAS가 의존하는 신호 경로를 차단함해 항암제 감수성을 높이는 전략에 주목했다. 특히 세포의 생존과 노화 조절에 관여하는 효소(SIRT1**)의 활성이 KRAS 변이 폐암에서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점에 착안해 그 기능을 분석한 결과, KRAS 변이가 내성 경로(TGF-β1–Smad2/3–JNK1–SIRT1***)로 이어지는 신호를 활성화하고, 활성화된 SIRT1이 다시 KRAS 활성을 높여 항암제 내성을 강화하는 ‘양성 피드백 고리’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이어 SIRT1 활성을 억제하면 이 내성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천연 유래 화합물에서 SIRT1 억제 후보를 탐색해 ‘쿠와논 C(KWN-C****)’를 발굴했다. 쿠와논 C는 천연물 기반의 SIRT1 활성 억제제로 이를 처리하면 내성 경로(TGF-β1–Smad2/3–JNK1)와 SIRT1 활성이 감소하고 KRAS 신호 역시 약화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 상태에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사용되는 표준 항암제(시스플라틴·페메트렉시드)와 병용했을 때 KRAS 변이 폐암 세포의 생존과 성장 능력 감소 및 세포 사멸을 촉진했으며, 동물모델에서도 종양 부담 감소와 생존 기간 연장 효과가 나타났다. 전임상 독성 평가에서는 치료 범위 내 용량에서 뚜렷한 독성이 확인되지 않아 비교적 안전한 후보 물질로 평가됐다.

신동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KRAS 변이 폐암에서 항암제 내성을 일으키는 경로를 규명하고, 이를 차단하는 천연물 유래 후보 물질을 발굴해 항암제 효과를 되살릴 수 있음을 보여준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기존 KRAS 표적 약물의 내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KRAS 자체뿐 아니라 KRAS와 협력하는 조절 인자(SIRT1) 및 그 상위 신호를 함께 겨냥하는 병용 전략이 향후 치료 성과를 높이는 중요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결과는 세포·동물실험 단계의 전임상 연구이며, 실제 환자 치료 적용을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공익적 암 연구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국제학술지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Impact Factor 12.9)에 2025년 9월 온라인 게재됐다.

<참고>

* KRAS(Kirsten rat sarcoma viral oncogene homolog): 세포 성장과 생존을 조절하는 신호전달 유전자로, 쥐 사르코마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온코진의 인간 상동 유전자를 의미한다. 변이가 발생하면 세포 증식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돼 폐암 등 여러 암에서 주요 발병 및 약제 내성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 SIRT1: 세포의 노화, 에너지 대사, 스트레스 반응 등을 조절하는 효소로 일부 암에서는 SIRT1 활성이 과도하게 높아져 암세포 생존과 항암제 내성에 기여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KRAS 변이 폐암에서 SIRT1 활성이 특히 높고, 항암제 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TGF-β1–Smad2/3–JNK1 경로: TGF-β1은 세포 성장과 면역을 조절하는 신호 물질로 이 신호가 세포 내에서 Smad2/3, JNK1 등 단백질을 차례대로 활성화시키며 세포의 분화·이동·생존에 영향을 준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경로가 SIRT1 활성을 높여 KRAS 변이 폐암의 항암제 내성을 증가시키는 핵심축으로 작용하는 것이 밝혀졌다.

**** 쿠와논 C(Kuwanon C, KWN-C): 뽕나무(Morus alba) 뿌리껍질 등에서 발견되는 천연 플라보노이드 계열 화합물로, 항산화·항염증·항암 활성 등이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SIRT1 활성을 억제해 KRAS 변이 폐암의 항암제 내성 경로를 차단하는 후보 물질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