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원장 양한광)는 수선화과 식물인 상사화에서 추출한 천연물 성분 ‘나르시클라신(Narciclasine)’이 항암제와 함께 사용될 때 폐암세포의 사멸을 크게 촉진하는 작용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암전이연구과 윤경실 박사 연구팀은 나르시클라신과 항암제 시스플라틴(Cisplatin)을 병용 투여했을 때, 암세포 내에서 세포 사멸(자살)을 유도하는 단백질 NOXA의 발현이 급격히 증가하고, 반대로 암세포의 생존을 돕는 단백질 MCL1은 현저히 감소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의 구체적인 작용원리를 인체 내 고형암을 모사한 삼차원 종양편구를 이용한 in vitro 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단계별로 분석했다. 나르시클라신은 암세포 안에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세포는 이를 막으려 보호 기전을 작동시키지만, 이 과정에서 MCL1 단백질의 생성이 억제된다. 여기에 시스플라틴을 함께 사용하면 NOXA 단백질이 더 많이 만들어져 MCL1이 분해되고, 결국 암세포는 스스로 죽게 되는 것이다.
윤경실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존 항암제의 내성 문제를 극복하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천연물 기반 병용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폐암 환자의 생존률 향상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나르시클라신을 활용한 병용 치료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이는 후속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공익적 암 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한국한의약진흥원으로부터 천연물 유래 단일물질 라이브러리를 제공받아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암 연구 학술지 『Cellular & Molecular Biology Letters(IF 10.2)』 2025년 5월호에 게재됐다.
<용어설명>
○ 시스플라틴(Cisplatin): 여러 종류의 암에서 사용되는 항암제로, 암세포의 DNA를 손상시켜 죽게 만드는 약물로 신장독성이 강하고 암세포가 내성을 갖게 되는 문제가 있다.
○ 나르시클라신(narciclasine): 상사화에서 얻은 천연물질로, 염증과 암세포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아포토시스(apoptosis): 세포가 스스로 죽는 현상으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항암 치료의 중요한 기전이다.
○ NOXA/MCL1 단백질: NOXA는 암세포 사멸을 돕는 단백질이며, MCL1은 암세포 생존을 돕는 단백질이다. MCL1은 암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특히 심장, 간, 조혈세포)에서도 생존에 꼭 필요한 단백질이다. 그러나, 암세포는 MCL1 등 항아포토시스 단백질에 강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과도한 증식으로 인한 세포 스트레스, DNA 손상 등으로 인해, 항암제 처리 시 더욱 민감하게 NOXA 유도 경로를 활성화하는 경향이 있어 NOXA 증가-> MCL1 억제->암세포사멸로 이어질 가능성이 정상세포에 비해 더 높다.
○ 소포체 스트레스와 단백질 미접힘 반응: 세포 안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공장인 ‘소포체’에 문제가 생기면 소포체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포가 보호 기전을 가동하는데 이를 단백질 미접힘 반응이라고 한다. 나르시클라신으로 인해 단백질 미접힘 반응이 활성화되면 MCL1 단백질의 생성이 억제된다. 여기에 시스플라틴을 함께 사용하면, NOXA 단백질이 급격히 증가하여 MCL1의 분해를 촉진하고, 그 결과 MCL1이 더 줄어들어 암세포가 사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