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만 온열치료 칼럼니스트

지난주 칼럼 64편 보건당국의 졸속 시행령,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암 치료 인정 비급여 퇴출 (1부)에 이어서 이번 주는 암 치료에 있어서 항암 화학 제제(면역제제포함)치료 및 방사선 치료 시 함께 사용하는 온열치료에 대한 보건당국의 재평가 보고서에 관한 얘기를 다루겠다.

일반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National Evidence-based healthcare Collaborating Agency, NECA)의 홈페이지 기관 소개란에 따르면, 2008년 10월 31일 국회에서 개정된 ’보건의료기술진흥법’에 기초하여 보건 의료 기술 개발 및 보급 목적으로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기관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홈페이를 통해 밝히고 있는 기관의 역할로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국민 건강 향상에 이바지하고, 한정된 의료자원이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보건의료 정책결정자와 의료인,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술평가 연구기관으로서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연구를 수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 연구원은 의사, 약사, 간호사 등 의료인을 비롯하여 보건학, 역학, 통계학, 사회학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보건의료 발전과 국민 건강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

- 의료기술평가 연구결과는 보건의료 정책결정자에게 판단 근거를 제공하고, 의료인에게는 진료현장에서 환자치료법에 대한 의사결정 지원을 하며, 국민에게는 질환별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

[그림 1]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기관 역할 페이지 캡쳐 화면

2008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출범한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하는 모든 약제 및 의료기기는 NECA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를 통해 평가 보고서가 작성된다. 이 보고서는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로 전달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를 토대로 해당 기술의 급여 또는 비급여 여부와 의료 수가를 최종 결정한다. 이처럼 NECA는 병원, 요양기관, 제약·의료기기 공급회사 등 의료 현장의 다양한 주체들에게 매우 중요한 업무를 수행 중에 있으며, 나아가 의료 소비자인 국민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과 비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NECA는 병원과 요양기관에서 이미 사용 중인 약제 및 의료기기 등을 ‘기존 의료기술’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재평가 필요성에 따라 2014년 시범 연구를 처음으로 수행했다. 이어 2019년에는 "NECA 의료기술재평가 사업"을 통해 의료기술의 비교평가 연구와 근거 생성 연구를 위한 연구 주제 수요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최근 동향을 보면, 지난 2025년 4월 열린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례학술회의 발표자료집에 따라, NECA는 신의료기술 선진입-후평가 제도 개편과 기존 의료기술 재평가 법제화 등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필자는 먼저, 이 글이 NECA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기존 의료기술 재평가’를 비판하기 위함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

현재 NECA에서 이달 말 발표를 시한으로 암 치료 인정 비급여 항목 중 하나인 셀레나제 외 주사제의 재평가를 진행중이다. 이 품목들은 주로 요양·한방병원에서 암환자들의 재활를 돕는데 사용된다. 한편, 암 환자의 재활과 회복을 돕는 또 다른 치료법으로는 고주파온열암치료(이하, 고주파온열치료)가 있다. 고주파온열치료는 2022년 4월 30일자로 발간된 '의료기술 재평가보고서2021'에서 다뤄진 바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고주파온열치료는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 목록에 '방사선 온열치료 및 온열치료계획'이라는 기술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하지만 '온열치료계획'의 필요성이 없다는 소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기술명을 '방사선 온열치료'로 수정하여 평가가 진행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 발간을 위한 평가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진행되었으며, 총 두 차례의 의료기술재평가위원회를 통해 해당 보고서가 최종적으로 발간되었다.

- 2021년 5월 14일, 제5차 의료기술재평가위원회를 통해 재평가 프로토콜과 소위원회 구성안을 심의

- 같은 해 6월, 안전성 및 효과성 평가를 위한 체계적 문헌고찰을 수행했다. 모든 평가 방법
은 평가 목적을 고려하여 “방사선 온열치료 소위원회(이하 ‘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

- 소위원회는 산부인과, 외과, 비뇨기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흉부외과 등 평가 대상 암 종의 임상 분과 각 1인과 방사선종양학과 1인, 혈액종양내과 1인, 영상의학과 1인, 근거기반의학 1인 등 총 10인으로 구성 (보고서 내 명시된 사항)

- 소위원회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21년 12월 10일, 제12차 의료기술재평가위원회에서 안전성 및 효과성 평가를 진행했음을 보고

[그림 2]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홈페이지> 연구정보> 의료기술 재평가 보고서 캡쳐화면

[그림 2]와 같이 해당 보고서의 평가 배경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예비급여부에서는 특정 기술의 급여 적용 타당성 판단 등 의사결정에 필요한 근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해당 행위의 재평가를 의뢰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시절 국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MRI, CT, 초음파 등의 의료기기들의 순차적 급여화를 추진했던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일환이었다. 이 과정에서 200만 명에 달하는 암 재활 환자들이 빈번하게 이용하던 고주파온열치료기 또한 급여화 후순위 대상으로 검토되었다. 그러나 당시 국가의료보험 재정 고갈을 우려하는 주요 언론 매체와, 문재인 케어로 인한 급여·비급여에 따른 이해관계 단체들의 거센 반대 목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고, 이로 인해 비급여 의료기기의 급여화 정책은 결국 난관에 부딪혀 좌초되고 말았다.

NECA는 10인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통해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지 않는 장비들로 연구된 문헌 자료를 검토하는 ‘문헌 고찰 재평가’를 실시하여, 암 치료 분야에서 방사선 온열치료를 “권고하지 않음”으로 결론 내렸다. 더 자세한 보고서 내용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홈페이지의 의료기술재평가보고서 페이지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인류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열을 사용한 역사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약5,000년 전인, 기원전 3,000년, 고대 이집트에서 인류가 최초로 인체의 질병을 치료한 기록이 남아있다. (온열치료 칼럼 1편 온열요법의 역사적 기원 참조) 이처럼 온열요법은 인류 문명사와 함께 발전해 왔다. 특히 과학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1960년대 이후부터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온열치료기를 활용한 임상 적용이 급속도로 확대되어왔다. 이를 통해 수십년간 근거를 축적해온 온열요법은, 온열종양학이라는 학문 분야로 발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22년째 오직 온열요법에만 매진해 온 필자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구성한 의료기술재평가위원회의 평가 방법에 대해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독일과 유럽의 표준치료 전문의들이 수십 년째 온열요법을 시행하며 쌓아온 임상 경험과 학문적 성과를 등한시한 채, 단지 문헌 고찰만으로 진행된 협소한 평가였기 때문이다. 과연 소위원회 10인에게 온열요법에 대한 임상 경험은 있는지, 혹은 자신들의 연구에 대해 온열종양 국제학회에서 전문가들과 토론이나 의견 교환을 해본 적은 있는지 강력히 묻고 싶다.

암 치료에 있어 온열요법은 주 치료법이나 단독 요법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화학요법 또는 방사선 치료와 보조적으로 병행하거나, 화학·방사선·면역 요법과 동시에 사용할 때 온열요법이 상승 효과를 낸다는 근거는 무수히 많다. 그러므로 필자는 소위원회 10인의 보고서에서 제시한 “권고하지 않음”이라는 결론에 대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명확히 해 줄 것을 요구한다. 이 '권고하지 않음'이 단순히 평가 배경에서 밝혔던 '급여 적용 타당성'에 대해서만 해당되는 것인지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암 환자뿐만 아니라 암 치료를 시행하는 의료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이에 암 치료 요양병원 의료진 및 업계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소위원회 10인’에 대한 정보 공개를 강력히 요청한다.

급여화 검토를 위해 작성되었다는 NECA의 방사선 온열치료 재평가 보고서는 곧바로 국민건강보험 비급여정보포털([그림 3]참조)에 “의료기술재평가위원회는 방사선 온열치료가 10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되어 왔음에도 현재까지 안전성, 효과성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음을 고려하여 암환자에서 방사선 온열치료의 사용을 “권고하지 않음”으로 심의하였습니다.” 라고 게시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행태가 암 환자 및 암 치료에 대한 보건당국의 무지의 소산이라 생각한다.

보건당국은 암 환자들이 대학병원 시스템 내에서 겪는 어려움을 알고 있는가? 환자들은 빠른 퇴원 조치로 인해 회복기 암 치료인 사후 돌봄에 대하여 절대적인 부족함을 느낀다. 또한, 이른바 '3분 진료'로 불리는 짧은 상담 시간 때문에 자신의 상태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해 불만을 토로한다. 이로 인해 많은 암 환자들이 암 재활병원(요양병원, 한방병원)에 입원하여 암 치료 전문 의료진의 케어 속에서 고주파온열암치료를 받으며 회복하고 다음 치료를 도모하며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그 절박한 현실을 과연 인지하고 있는가?

[그림 3]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 비급여정보포탈 캡쳐 화면

보건당국은 방사선 온열치료가 10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성 및 효과성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음을 고려하여, 암 환자들에게 온열치료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 전하고 있다. 이러한 결정은 중증 질환을 앓는 암 환자들을 보건 당국이 무책임하게 호도하는 모양새이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개원 의료진들은 자신들이 다루는 치료법들에 대해 임상데이터를 축적하고 임상보고서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이는 전적으로 대학병원과 요양병원으로 이원화된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비롯된 문제라 할 수 있다. 방사선 온열치료는 비급여 항목이라는 이유로 대학병원 의료진들은 이 치료법에 대해 연구해 볼 생각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원 요양병원 의료진들은 암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 제공과 새로운 치료법을 수련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은 자비 사용을 마다 않고, 암 치료에 대한 선진 의료를 배우고 경험하고자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전문병원을 직접 탐방하거나 국제학회를 찾아 최신 치료법을 체득하고 있다.

지난 칼럼 64편에서 언급했듯이, 보건당국은 ‘관리급여’라는 제도를 신설하여 재평가를 통해 안전성과 효과성이 떨어지는 비급여 치료 항목을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요양급여규칙 등을 개정하여 직권 조정의 근거를 신설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비급여 재평가 결과가 “권고하지 않음”으로 평가된 치료법들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등을 거쳐 비급여 등재 목록에서 삭제하겠다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그러나 필자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된 ‘평가다운 평가’나 해당 의료기의 임상 평가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보고서만으로, 과연 이러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한한 것인가?

보건당국이 시행령이 아닌 시행규칙 개정이라는 방식으로 비급여 항목을 퇴출시키겠다고 나선 것은, 마치 윤석열 정부에서 만연하게 작동된 '시행령 통치'를 떠올리게 한다. 더구나 가벼운 질병이 아닌 암이라는 중증 질환의 치료법을 상대로 한 강압적인 방식에 의료 소비자인 국민은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초기 암이 아닌 이상 암 환자들은 전이 또는 재발이라는 두려움을 늘 안고 산다. 대학병원 치료 후에도 마음 편한 암 환자는 드물며, 체력 저하와 면역력 약화 속에서 항암 면역력 증진을 위한 다양한 지지적 치료(Supportive Care)는 암과 싸우는 이들에게 매우 필수적인 치료 옵션이다.

진정으로 안전성과 효과성이 부족한 치료법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보건당국이 소위원회 10인의 깜깜이 심사 결정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첫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기관의 역할로서 밝히고 있는, 의료기술평가 국민참여단 활동을 제대로 실행하여 치료 중인 암 환자들의 집단적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해야 한다. 둘째, 전국 현장에서 불철주야 암 치료에 매진하고 있는 의료진들의 전문적인 소견을 수집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재심사 항목에 해당하는 의료기기 업체 및 제약사들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 우선 해당 의료기술의 사용 실태 조사와 현황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해당 장비(약제)의 국내외 사례 및 최신 문헌 등 충분한 근거 자료를 모두 제출 받아 - 공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토대로 공청회 또는 정책 토론회 등을 거쳐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의료기기를 포함한 치료 장비에 대한 국제기준 및 품질수준은 엄격해지고 있다. 유럽의 CE가 의료기기의 MDR(Medical Device Regulation)제도를 도입하며 의학적 효용성 보고서 제출을 정기화한 사례는 우리가 눈여겨볼 만하다. 또한, 의료기기는 주 성분이 생물학적 동등성을 가진 동일 성분인 약제와 달리,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진보된 기술을 탑재하게 되면, 그 치료적 사용 목적에 보다 부합하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