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은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과 같이 4년마다 개최되는 온열 종양학 국제 학술 행사인 ICHO(International Congress of Hyperthermic Oncology)에 대해 알아보며, 우리나라 온열요법의 임상 학술적 한계를 진단하고 전도유망한 ‘온열요법의 진정한 학문적 발전과 활성화를 위한 모멘텀’은 과연 무엇일지 다루어 보고자 한다.
제12차 ICHO는 금년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서울 반포에 위치한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마리아홀에서 열린다. 당초 조직위원회는 회의 장소를 메이필드 호텔(서울 강서구 소재)로 공지하였으나 최근 변경하였다. (참조, [그림 1] ICHO2025 공식 홈페이지)
▲[그림 1] ICHO2025 사이트(https://www.icho2025.org/) 화면 캡쳐
온열 종양학 국제 학술 행사의 최초는 1975년 워싱턴 D.C.에서 온열치료와 방사선에 의한 암 치료 국제 심포지엄이 성황리에 개최된 것이 ICHO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온열치료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1977년 독일 에센에서 두 번째 국제 심포지엄이 열리면서, 온열·방사선에 관심 있는 그룹들이 북미 대륙, 유럽 및 아시아를 주축으로 국제행사를 정례화했다. 1980년 미국 콜로라도주 포트 콜린스(Ft. Collins)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부터 4년마다 열리는 것으로 정례화되었다.
1984년 덴마크 오르후스, 1988년 일본 교토, 1992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1996년 이탈리아 로마, 2000년 대한민국 경주, 2004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2008년 독일 뮌헨, 2012년 일본 교토, 201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올리언스에서 매 4년 주기로 제10차 국제 학술 행사를 진행했으나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인하여 제11차 행사는 2020년에 열리지 못하고 그다음 해인 2021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온라인 행사로 진행되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25년 서울에서 열리는 ICHO는 제12차 학술대회인 셈이다.
제8차 국제 심포지엄은 2000년 8월 한국의 경주에서 개최됐으며, 당시 대한 온열종양학회장인 영남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김명세 교수가 ICHO를 유치한 것이다. 필자는 정년퇴직 전 김명세 교수를 영남대학교병원에서 만났었는데 국제 온열학회에 대한 남다른 자긍심을 보였다. 비록 대한 온열종양학회는 경주에서 열린 국제 학술 행사를 끝으로 자연적인 쇠퇴의 길을 걸었지만, 유럽 온열종양학회(ESHO)에서 김 교수가 기획한 “킴스 프라이즈(Kim’s Prize)”라는 젊은 과학자들에게 수여하는 상이 한동안 유지되는 등, 국제 온열종양학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며 온열치료에 대해 매우 큰 애정을 실천했던 김명세 교수의 열정을 필자는 기억한다. [그림 2]
[그림 2] ICHO2000 경주, 국제온열종양학회에서 Maluta교수의 강연 모습과 초록집 (사진출처: Maluta 교수)
25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국제 학술 행사인 ICHO의 소식에 앞서 온열 종양학 국제학회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지난 ‘칼럼 2편 온열치료의 용어 정립과 학회’라는 제목으로 국제학회에 대해 한번 전한 바 있다. 온열 종양 학술대회의 양대 산맥은 바로 미국의 열 의학회 STM(Society for Thermal Medicine) 및 ESHO라는 유럽 온열종양학회(European Society for Hyperthermic Oncology)가 그것이다. 그리고 일본, 한국, 그리고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ASHO(Asian Society of Hyperthermic Oncology)가 있다. 이들 세 학회는 매년 각 학회의 기준에 따라 회원국에서 정기 학술대회를 갖고 있으며 4년마다 국제행사인 ICHO를 열고 있다.
▲[그림 3] 온열종양학술대회 로고 (좌측부터) STM, ESHO, ASHO, ICHO
STM의 설립은, 온열치료가 유망한 치료법이라는 의견을 공유한 연구자들이 모여 1980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미국 치료 방사선학회에서 새로운 학회의 설립에 대해 논의하여, 1981년 북미 온열치료학회를 창립하였다. 그 후 학회는 미국 법률에 따라 공식적인 학회로 등록하였으며 매년 학회장을 선출하는 등 공신력 있는 학회로 발전해 왔으며, 2006년 온열치료뿐 아니라 다른 열 치료를 포괄하는 치료법까지 연구하기 위하여 학회의 명칭을 STM(Society for Thermal Medicine)으로 변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유럽 온열종양학회(ESHO)는 STM과 같이 온열치료가 전도유망한 치료법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 유럽의 연구자들이 1987년 영국에서 학회를 결성하였으며, 네덜란드 정부에 공식 등록된 학회로서 온열치료와 관련된 기초부터 연관 학문, 임상·치료 지침 및 아카데미 그리고 장비 기술 개발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학회이다.
또한, 아시아 온열종양학회(ASHO)는 1971년 미국에서 A. Westra 와 W.C. Dewey등의 포유류 세포를 이용한 온열치료 연구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면서 방사선생물학자를 포함한 전 세계의 연구자들은 온열의 방사선 감작(Radio sensitization)과 화학 감작(Chemosensitization) 효과 연구에 자극받았다. 이에, 일본 및 한국에서도 1980년부터 온열치료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국가도 예외 없이 나라별 온열종양학회를 설립하였다. 미국의 열의학회(STM) 및 유럽 온열종양학회(ESHO)가 공식적으로 등록된 단체로서 정기적인 학회활동을 하고 있는 것에 반해, 아시아 온열종양학회(ASHO)는 학술단체라기보다 한국, 일본, 중국 및 아시아 국가들의 온열 암 치료 연구자들의 모임을 지칭하는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대한 온열종양학회는 2000년 김명세 교수의 활동 이후로 자연스레 쇠퇴의 길로 접어듦과 동시에ASHO또한 동력이 떨어지게 되었고, 지금은 공식 사이트 운영이 종료된 상태로, 일본 온열종양학회의 관리하에 명맥만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온열치료에 개인적인 관심을 가진 몇몇 회원만이 ASHO 정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양새다.
각 대륙을 대표하는 미국 열의학회(STM), 유럽온열종양학회(ESHO) 그리고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학회활동이 많은 일본 온열종양학회(Japanese Society of Thermal Medicine)는 1985년 International Journal of Hyperthermia(IJH)를 공동 창립하고 이를 공식 학술지로 채택하였다. IJH 온열치료 국제 학술지는 연 8회 발간하며 온열요법에 대한 공식적인 국제 학술지의 지위에 있으며, 이들 국제학회는 암 정통 국제학회인 ASTRO(미국 치료 방사선종양학회), ASCO(미국 임상종양학회), ESTRO(유럽 치료방사선종양학회) 및 ESMO(유럽 종양학회)과 더불어 암 관련 국제 학술지들과 협조적 관계를 유지하며 온열요법의 위상을 높이는 데 역할을 다하고 있다.
덧붙여 또 다른 온열 종양학 부문의 학술 단체를 전하자면, 세계적으로 가장 활동적이고 공신력을 가진 온열 종양학의 양대 산맥이 미국 열의학회(STM) 및 유럽 온열종양학회(ESHO)라면, 이에 대응코자 설립한 단체인 ICHS(International Clinical Hyperthermia Society)라는 국제 임상 온열치료학회가 있다. 1980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출발한 이 학회는 STM 및 ESHO등의 주요 학회가 온열요법에 있어 기초연구부터 온열치료에 관한 모든 분야를 다룬다면, 임상 분야에 집중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설립하였다. ICHS는 설립 이후, 매년 국제적인 임상 온열치료에 집중된 학술 행사를 진행해 왔지만, 2000년 이후 당초 설립을 주도했던 임상 연구자들이 작고하면서 학회를 주도할 회장이 없어, 급속히 쇠락하다 결국은 2년 또는 3년에 한 번 겨우 개최하는 등, 소위 간판만 남은 학회로 이름만 존재하였다.
ICHS가 이렇게 된 이유는 STM, ESHO가 상대적으로 명성 있는 학회로 활발하게 성장하면서 급속하게 위축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2010년 중반에 들어서서 헝가리의 온열 치료기 회사 온코썸의 창업자인 싸스 교수(András Szász)가 회장을 맡으면서 ICHS는 부다페스트에서 새출발하는 계기를 맞이하며 이따금 ESHO과 공동 개최를 하기도 하였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ISHS는 온코썸사의 온열치료기 사용자의 학술 모임과 같은 형태로 변질된 안타까운 현실을 맞이했다.
필자가 공신력 있는 온열 종양학회인 미국 열의학회(STM), 유럽 온열종양학회(ESHO) 및 일본 온열종양학회(JSTM)가 주최가 되어,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ICHO(국제 온열종양학회의)에 대해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면서 ICHS를 언급하게 된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사정을 알리기 위함이다.
유럽 온열종양학회(ESHO)가 활발한 연구 활동과 온열 종양학회로써 국제적인 위상을 갖게 된 배경은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 등 각국에서 활동하는 온열 종양학회 또는 온열 종양학 연구 그룹 등이 탄탄하게 조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의 방사선종양학과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대한 온열종양학회가 1990년대 말 여러 사정에 의해, 자연 소멸한 이후 한동안 온열치료는 잊혔다.
▲[그림 4] 2012년~14년 대학병원 방사선종양학과를 중심으로 개최됐던 국제 온열 심포지엄
필자가 2004년 독일의 하거 박사를 통하여 한국에 온열요법을 소개한 이래, 대학의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님들의 온열요법에 대한 관심은 다시 커지기 시작하였다. 필자는 온열치료를 다시 알리기 위하여 독일, 러시아 등 온열요법에 경험 많은 연구자들을 초빙하여 2012년 아주대학교병원을 시작으로,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원광대학교 병원 등에서 국제 온열치료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그림 4] 참조) 이를 계기로 매년 대전에서 온열치료 사용자 포럼(Users Meeting)을 열었으며 동시에 온라인 항암온열치료 포럼을 개설하여 온열요법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포스팅하며 암 치료에 관심 있는 모든 분에게 제공해 오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온열치료 장비를 한국에 공급하던 경쟁사는 ICHS를 착안하여, 그들 장비를 사용하는 병원들을 대상으로 2010년 대한 온열암치료연구회(Korean Oncological Hyperthermia Study Group)를 조직 및 협찬하며 후향적 논거를 수집하는 정기적인 학술행사를 열고 있다. 또다른 단체로는 대한 온열의학회(Korean Society for Thermal Medicine)가 있다. 이 단체는 460Khz주파수를 사용하는 고주파 온열치료기를 이용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번 서울에서 열리는 ICHO(국제 온열종양학회의)2025 행사를 바로 이 단체가 운영사무국의 역할을 맡는다.
특정 장비를 사용자들이 임상 연구회 또는 학회를 조직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회원 상호간 소통하는 것은 바람직한 활동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의료기기안심책방 사이트에서 ‘의료용고주파온열기(고주파온열암치료기의 식약처 품목 허가명)’로 검색한 결과, 사용 목적은 다르지만(암 치료에 사용하는 기기와 암 치료를 보조하는 기기로 상이) 2025년 5월 기준, 총 23개의 제품이 국내 사용 허가를 받은 상태이다. (품목 취하 상태 제외) 이렇게 많은 제품이 시판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장비 제조사와 수입사들은 장비의 판매에 목표를 두고 활동하기에 기초 연구가 전무할 뿐만 아니라, 임상 연구나 장비 활용에 따른 품질 수준 향상과 같은 꼭 필요한 연구까지도 전무한 셈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온열치료 연구에 대한 위치 에너지들이 한데 모여, 통상적이고 통합적인 학술 연구단체 구성이 시급하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그렇지만, 이를 구성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여건이 만만치 않다. 이공계 국가 예산 삭감의 후폭풍은 국가의 제도적 연구 지원이나 기금 조성이 온열치료에 대한 기초 연구 및 연구 기반까지 닿기까지는 매우 어렵고 열악한 우리의 현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연구의 중심인 대학의 임상 연구가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하지만, 대학병원과 온열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요양병원의 이원화된 체제에서 임상 연구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국제 학회와의 지속적 교류 및 협력이 필수적이며 이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온열치료가 국제적인 수준으로 향상되어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온열치료가 암 치료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에 적용되고 노인 의학까지 그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나라도 개별 집단의 이해관계를 떠나 의료계, 업계, 연구계 및 관련 분야 모두가 참여함으로써 전도유망한 온열요법의 발전을 위해 집단 지성을 모아 정상적인 대한 온열종양학회가 창립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
필자는 이를 위하여 온열치료에 관심 있는 분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있으니 이 글을 읽고 연락을 주시면 언제든지 환영하여 맞이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