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후 한약, 산모의 건강과 다음 임신을 위한 단계별 조리법

대전대학교서울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센터 이수정 교수(한방부인과 전문의)

엠디포스트 승인 2022.04.11 14:15 의견 0

대전대학교서울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센터 이수정 교수(한방부인과 전문의)

유산 후에 주변에 조심스레 유산 소식을 전하면 괜찮냐는 위로와 함께 꼭 한약을 먹어야 좋다더라 하는 조언이 따라붙는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아무래도 한약을 먹으면 좋긴 할 것 같으면서도 다소 막연하다.

유산 후 한약은 왜 필요한지, 어떤 경우에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지 대전대학교 서울한방병원 여성의학센터 이수정 교수(한방부인과 전문의)에게 들어보았다.

유산은 산모의 몸과 마음에 급격한 변화

대부분 계류유산은 무증상이다가 검진에서 우연히, 혹은 출혈이나 복통이 있어 혹시나 하고 받은 검진에서 청천벽력처럼 진단받게 된다.

사망한 태아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 배출되는 경우가 많지만 잔류가 길어지는 경우 산모 건강에 악영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태아 사망 확인 후 기다리지 않고 거의 곧바로 약물 또는 소파술을 이용하여 배출하게 된다.

유산은 이렇듯 미처 준비할 새도 없이 몸과 마음에서 아기를 떠나보내게 되는 과정이다.

약물이나 소파술을 통해서 태아와 수태 산물이 배출된 후에도 산모에게는 상실감, 죄책감 같은 감정 그리고 복통, 질출혈, 관절통 같은 증상 등으로 유산의 그림자가 남게 된다.

특히 유산은 예견하지 못한 채 벌어진 급격한 변화이니만큼 더욱 세심한 조리가 필요한데, 유산 후 조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동의보감 등 여러 문헌에서 강조되어왔다.

예로부터 유산은 반산(半産), 소산(小産)이라고 하며 출산과 큰 차이를 두지 않았고 사망한 태아로부터의 모체의 손상이 크므로 정산(正産, 만기 출산)보다 신중히 관리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실상은 출산 후에는 충분한 몸조리를 갖지만 유산 후에는 많은 경우 유산의 그림자가 옅어지기도 전에 금방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유산 후 한의치료는 산모의 상태나 유산 형태에 따라 조절

유산 후 한약은 산모 건강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흔히 두 단계로 진행된다.

유산 직후에는 혹 수태 산물이 깨끗이 배출되지 않고 잔류하는 경우 지속적 질출혈이 야기되고 각종 합병증의 우려가 있으므로 오로 배출을 도와 어혈을 제거하는 한약을 3-5일간 처방하게 된다.

특히 유산 형태에 따라서 소파술을 시행하였는데 자궁내막의 손상이나 유착 우려가 존재하는 경우나 골반염증성 질환과 동반되었거나 자궁외임신으로 인해 유산한 경우에는 어혈을 제거하는 치료가 특히 필요하다.

한약 처방은 산모마다 달라질 수 있으나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생화탕 등이 있다.

어혈을 제거하는 치료를 하고 나면 다음 단계로는 산모의 후유증을 고려한 조리를 하게 된다.

짧은 기간의 임신이었다고 하더라도 유산 후 산모는 임신 전과 다른 컨디션을 자각하게 되며 호르몬 변화에 의한 산후풍 양상의 신체 관절통 등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전반적으로 산모의 기혈을 보강하고 후유증을 완화하는 처방을 1제 전후로 처방하게 되며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보허탕 등이 있다.

한약의 복약 시기는 유산 후 빠를수록 좋으나 소파술 후 경구항생제 등을 복용 중인 경우에는 환자에 따라 복약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다음 임신을 생각한다면 허실(虛實)까지 고려

임신 초기 유산은 대부분 원인을 알 수 없는 염색체 이상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이는 부모나 임신 과정 중의 문제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유산이 재차 반복되는 경우에는 다음 임신에서 또 유산이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되며 3회 이상의 습관성 유산 환자는 정밀 검사가 필요하게 된다.

이에, 다음 임신을 생각한다면 같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유산 후 곧바로 다음 임신을 시도하기보다는 산모의 건강을 위해 약 3개월 정도 피임 및 조리 기간을 갖는 것이 추천되며 이때 한의학적 변증에 따른 치료를 병행하여 다음 임신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한의학적으로 임신에 적합한 환경은 월경주기가 규칙적이고 어혈이 없고 인체 대사의 기초가 되는 정혈(精血)이 풍부한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산모의 허실, 어혈, 담음 등의 상태에 따라 보충하거나 덜어내는 치료를 할 수 있다.

한편, 국민행복카드는 유산 후에도 사용될 수 있으며 병원, 한방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 사용 가능하다.

한의학적 치료를 통해 많은 분들이 산모 심신의 회복은 물론 다음 임신과 출산까지 더욱 건강히 나아갈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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