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지만 행복했습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 INTERVIEW

김은식 기자 승인 2022.04.06 17:40 | 최종 수정 2022.04.08 18:45 의견 0

▲(직선제)대한산부인과학회 김동석 회장(사진출처 / 유튜브 김동석TV)

“힘들었지만 행복했습니다.”

(직선제)대한사부인과의사회(이하 산의회) 김동석 회장은 자신의 임기를 마치며 6년간의 회고를 이같이 전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정말 어떻게 지내왔는지, 어떻게 그 시간을 버티고 살아왔는지 만감이 교차합니다. 아름다운 추억만으로는 절대 기억할 수 없는 어렵고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개혁이 혁명보다 힘들다는 말을 절절히 실감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개혁과 통합을 위한 길 위에서 때로는 괴로웠고, 어떻게 투쟁을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든 적도 많았습니다. 우리 산의회의 중요성을 한시도 잊지 않았지만 결국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가장 아쉽고 회원들에게 너무나 송구합니다."

산의회 창립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이 풀 한 포기 없는 허허벌판에서 맨손으로 집을 짓는 것이었다. '왜 그리 무모한 짓을 하느냐'라고 비난을 받기도 했고, '어차피 저러다 말겠지'라며 냉소와 조롱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산의회는 6년이 지나면서 명실공히 산부인과 의사를 대표하고, 회원이 주인이 되는 단체가 되었다. 그리고 회원들의 눈물을 닦으며 비바람을 막아주고, 그들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되어 주었다.

지금이야 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직선제를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설립 당시에는 대충 짐작만 할 뿐 어떤 단체인지 애매했다. 오히려 서로 단합해야 할 시기에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구)산의회는 그동안 간선제로 대의원에 의한 회장을 선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4년 10월 선거를 앞두고 서울지회 임원들이 과연 간선제가 이 시기에 적절한 방법인지에 대해 고민하며 개혁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자 김동석 회장과 뜻을 같이하는 일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회원이 주인이 되는 단체'를 캐치프레이즈로 걸어 전국에 회원을 모았다.

그리고 드디어 2015년 10월 11일 산부인과 의사회 창립총회를 열어 새로운 회장을 뽑기로 결의하고, 같은 해 12월 15일부터 26일까지 우편과 모바일을 통해 1, 2차 투표를 실시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유권자 총 2,720명 중 1,448명이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투표를 통해 당시 김동석 비상대책위원장을 초대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이후 김 회장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눈물을 뼈에 새기고 산의회를 위해 지난 6년간 분골쇄신했다.

지난 시간을 돌이키며 김 회장은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행복한 회장"이라고 말한다.

​2019년 산부인과 구속이라는 충격적인 판결에 산의회는 서울역에서 두 번의 궐기대회를 가졌다. 그때 김 회장은 법원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들고 팔방으로 뛰었다.

그 외에도 산부인과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사람은 바로 김 회장이었다.

"산부인과 의사 가운데에는 낙태, 그러니까 인공임신중절수술로 전과를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요. 지역 세미나에 가서 가장 많이 말씀하시는 부분이 그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죠. 그런데 갑자기 정부에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처벌하겠다는 고시를 발표했어요. 그래서 우리 산의회를 중심으로 산부인과 의사의 중절 수술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모든 회원이 동참했고, 실제로 70% 이상 회원들이 더 이상 중절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했죠."

산의회의 요구가 있은 후 낙태법은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졌고, 현재 국회에서는 법 개정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필수 의료 붕괴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나타냈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 의료계가 얼마나 살얼음판인지를 여실히 드러내 주었습니다. 현재 분만 의료기관은 아주 힘든 상황입니다. 연일 길거리 출산, 119 출산, 헬기 이송 출산이 매스컴에서 보도되고 있어요. 필수 의료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졌다면 이런 코로나 상황도 잘 대응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산의회의 탄생에는 통합이라는 대명제가 있지만, 김 회장은 자신의 회기 중 반드시 이루고 싶었던 두 가지 과제가 있었다.

​그 두 가지는 종합병원 4대 필수과 환원과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한 100% 국가 책임, 즉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이다.

​"원래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 내, 외, 산, 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가 필수과목이었어요. 그런데 이게 개정이 되면서 이 중 3개 과만 있어도 종합병원이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게 되었지요. 이건 반드시 환원되어야 해요. 지난번 법안 발의가 있었는데 통과하지 못했어요. 차기 집행부의 숙제로 남기고 떠나게 되네요. 그리고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우리가 매년 매번 주장했던 내용이고, 꼭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회장을 마치더라도 의협과 함께 반드시 이뤄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의료사고특례법은 의료사고 발생 시, 종합공제에 가입되어 있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선의의 목적으로 이뤄지는 의료행위에는 의료행위에 형사적 책임을 면하도록 한 것이다.

​의사가 환자를 대하다 보면 불가항력적으로 사고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분만사고는 의사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매우 간혹 있는데, 이것을 의사에게 책임을 물리는 것은 의료 자체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상 전공의가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이유에는 이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의 이유도 매우 크다.

​6년간, 아니 이미 그 전부터 지속되어 왔던 고루한 싸움이었지만 결국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김 회장 가슴속에 응어리로 남아 있다.

▲지난 4월 3일 열린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제13차 학술대회 중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동석 회장

하지만 이것은 그가 이루지 못한 표면적인 과제일 뿐, 실제로 김 회장이 그간 수많은 업적을 일궈냈다는 것은 모든 회원이 잘 알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라는 자부심을 심어준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산의회는 큰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산의회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산부인과 의사가 산부인과 진료만으로 생존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겠다'라고 선언하면서, 학술대회 강의를 모두 산부인과에 관한 것으로 전면 수정했습니다. 우리가 산부인과 의사로서 자존감을 가지고 의사로서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전공의도 오지요. 무리하게 시행했지만, 그 결과가 지금은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요?"

​늘 어디에서나 자신 넘치는 김 회장이지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산부인과를 살려야 한다'라고 간구한다.

​그리고 그는 "지금의 상황이라면 향후 10년 안에 분만을 전문으로 하는 산부인과는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산부인과는 대한민국의 내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호소한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회장으로 6년, 임기를 마치는 김동석 회장이지만 산부인과의 내일,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한 그의 도전과 행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엠디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