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맥한의원 최경호 원장
“흔히 한의사들은 체질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그래서 체질에 맞는 치료를 하고, 약을 쓰고, 음식을 권합니다. 그런데 체질에 맞는 약이란 어떤 것일까요. 피로가 사라지고 병이 낫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체질에 맞는 치료를 하면 먼저 기분이 좋아져야 합니다. 체질에 맞는 약은 입에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체질을 알면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반신반의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믿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제가 그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양약고구良藥苦口라는 말이 있다. 다들 잘 아는 것처럼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다. 그래서 쓸수록 몸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들 그 맛을 참아왔다. 하지만 경희맥한의원 최경호 원장은 ‘NO’라고 일축한다.

오히려 몸에 좋은, 아니 체질에 맞는 약은 그 맛이 순해서 오히려 차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체질을 어떻게 아느냐다. 사실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사상체질만으로는 체질을 나누기는 힘들다.

사실 사상체질 그 자체도 매우 복잡하지만, 몸을 알고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의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체질을 아는 것이야말로 병을 치료하고 건강한 삶으로 가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하는 최경호 원장을 통해 왜 체질이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인생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들었다.

만성피로와 우울감으로 보내야 했던 20대

“어릴 때부터 몸이 허약해서 한의대에 입학했습니다. 예과 2학년 때는 간염 때문에 휴학까지 할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검사를 하면 늘 정상이었고, 몸에 좋은 것을 먹어도 소용이 없거나 그때뿐이었습니다.”

인생에 황금기라고 하는 20대와 30대 초반, 최경호 원장은 11년을 만성피로와 우울감로 보내야 했다. 한약 양약 가릴 것 없이 갖은 방법을 동원해도 소용이 없었다.

최 원장은 “체질 의학을 하는 의사의 관점에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병을 고치고자 했던 노력이 오히려 저를 더 나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약이든 양약이든 체질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최 원장이 체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 중반 시절부터다. 허약한 몸 때문에 어릴 때부터 늘 정신적으로 피폐했던 최 원장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 선배가 ‘체질 연구 스터디’ 가입을 권유했던 것.

당시에는 최 원장을 소음인으로 보고 담당 선생님을 통해 체질에 맞는 약을 먹게 되었다. 처음 그 약을 먹었을 때 ‘내 인생에 이런 약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 먹을 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세 번째 먹을 때는 오히려 약효가 후퇴하고 몸이 약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몸은 나아지지 않았고, 나중에는 한의학과에 들어온 것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에 어렵게 입학한 한의대였기에 가족과 친지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고, 비록 휴학 기간은 있었지만, 무사히 학업을 마치게 된다.

졸업 후 한의원을 열었지만, 그는 여전히 만성피로와 그로 인한 우울감에 젖어있었다. 결국, 한의원을 접어야 했고, 계속 쉴 수만은 없어서 다시 다른 한의원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에게 획기적인 변환이 찾아오는데, 바로 8체질 의학을 만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사상체질과 8체질에 대해서는 많은 의사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 반신반의 중 누님이 갑상선암을 진단받았다. 최 원장은 누님에게 8체질을 이용한 접근을 시도했다. 누님은 최 원장과 가장 비슷한 ‘금음체질’, 그래서 그 처방을 먼저 자신에게 시도했다.

안전성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는데 뜻밖에도 최 원장의 몸이 좋아지는 것이 아닌가.

“의학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제 맞다고 생각한 것이 오늘 틀릴 수 있고, 오늘 틀리다고 생각했던 것이 내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사상체질이 틀리고 8체질이 맞다는 뜻은 아닙니다. 분명 모든 이론에는 허실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 파악하고 접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당시 최 원장이 자신에게서 찾아낸 이상 증상은 30여 가지, 먼저 자신의 체질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그는 사상체질과 8체질을 연구하며 단순한 4분법이나 8분법이 아닌 체질의 체계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20여 년의 연구 끝에 그는 ‘자연自然의 섭리, 개인의 체질體質, 마음心身의 이치’를 따르는 치료법을 완성하게 된다.

체질과 기의 만남, 새로운 치료의 전기 마련

▲최경호 원장의 치료 원리는 자연, 체질, 마음“보통 한약은 장복해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체질에 맞는 약을 먹으면 빠른 시간 내에 기운이 납니다. 그리고 기분도 같이 달라집니다. 약을 먹으니 웃음이 나고 희망이 생깁니다. 갑자기 복권에 당첨된 것도 아닌데 기분이 좋아질 수 있을까요.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분명히 스스로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체질은 병을 치료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한의사는 오히려 체질에 대해 긍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체질 의학이 붐을 이룰 때가 있었습니다. 약 20년 전인데 그때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으로 구별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죠. 의사가 아니라 아무라도 외형과 성격만으로도 체질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하니 그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체질이라는 것이 얼굴 보고 맥만 짚는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한의사들은 체질이라는 말을 쉽게 쓰지 않는다. 더욱이 객관화하기도 힘든 것이 체질인데, 반대로 그 어떤 방법보다도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이 체질이다.

이처럼 체질은 병을 치료하는 중요한 열쇠, 하지만 최 원장은 통증을 비롯해 염증, 만성피로, 당뇨, 혈압 등 각종 난치·만성 치료에 있어서 체질 의학이 유일한 정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나의 병이 백 가지의 증상을 나타낼 수 있고, 백 가지 병이 하나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에 있어 해답은 하나가 아니라 무수합니다. 진리는 절대가 아니라 상대적이기 때문에 맞다 안 맞다에 집착하지 말고 어디에 유용한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최 원장은 체질과 함께 ‘기氣’의 흐름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서양의 존재론은 사물에 핵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학도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이 눈에 보이는 것을 중심으로 발달을 했지요. 하지만 한의학은 파동이나 기와 같이 관념적인 부분을 중요시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파동이나 기는 생체전기와 유사한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최 원장은 7~8년 전부터 생체전기를 활용하면 더욱 획기적인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구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기존의 전기자극을 이용한 치료기들은 최 원장이 원하는 부분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최 원장은 호아타 요법을 접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호아타 요법이란 통증이 있는 부위에 고전압의 정전기를 미세전류의 형태로 통전시키면 막전위가 낮았던 세포에 음전하가 충전되어 모세혈관의 혈행이 정상화되면서 통증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체질의 원리에 따라 침 자리를 찾아 호아타 요법을 실시하면 일반적인 침의 몇 배에 달하는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치료 효과를 넘어선 드라마틱한 결과를 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최 원장은 생체전기를 활용하는 호아타 요법 이외에도 체질과 관련된 다양한 요법들을 실시하고 있다.

세상에 고칠 수 없는 병은 없다! 모르는 체질이 있을 뿐

“체질 의학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체질을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실현하고 싶습니다. 한의학과 양의학을 놓고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논하기 전에 그 안에 숨어 있는 허실을 찾고,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필요하겠지요. 그래서 환자들이 잠깐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되찾고 결국에는 환자의 인생을 바꾸는 것이 우리 의사들의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경호 원장의 목표는 환자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그는 자연과 체질, 그리고 마음이 모두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상에 고칠 수 없는 병은 없다. 다만 모르는 체질과 습관이 있을 뿐이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다. 최 원장 자신도 체질을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데도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그는 당당히 ‘체질 의학’을 주도하는 의사가 될 수 있었다.

최 원장의 바람은 자신의 경험과 오랜 연구를 통한 ‘체질 의학’의 진수를 많은 의사에게 전하는 것, 머지않아 우리는 책과 강연을 통해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병을 고치는 것을 넘어 인생을 바꾸는 것이 진정한 의학이라고 믿는 최경호 원장, 그래서 그의 철학과 신념에 더욱 기대가 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