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주 시인의 '형제간'

엠디포스트 승인 2018.05.02 06:17 의견 0

형제간

유용주

겨울 신무산에서
고라니 똥을 만났다

쥐눈이콩처럼 반짝이는
무구한 눈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완벽한 채식만이
저 눈빛을 만들 수 있으리라

쌓인 눈 위에 찍힌 황망한 발자국들……
똥 누는 시간마저 불안했구나

놀라게 했다면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늘 쫒기며 긴장을 풀지 못하고 사는 고라니와 나는 형제간인 모양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고라니는 완벽한 채식자이고 나는 육식도 한다는 점이다.
고라니는 포식자를 보면 도망을 칠 수 있지만, 나는 포식자가 눈에 보이지
않아 도망칠 수 없다는 점이다.(홍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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