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감염병 최일선인 이비인후과, 필수의료 지정 시급

- 코로나 19 팬데믹 통해 이비인후과 필수의료 역할 확인
- 자긍심이나 일방적인 희생으로는 현 시스템 유지하지 못할 것
- 안정적인 중장기 계획과 체계적이고 지속적 지원과 관심 절실

김은식 기자 승인 2022.08.31 09:58 의견 0

2002년 중국 광동 지방에서 발생한 '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에 이어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지방에서 발생한 변종 바이러스 'MERS(중동 호흡기 증후군)', 그리고 2019년 중국 우한 폐렴으로 알려진 세계를 강타한 'COVID-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겪으며 이비인후과가 필수의료로 지정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지난 8월 2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코로나 19 팬데믹을 통해 확인된 필수의료로서 이비인후과의 역할'을 확인하고, '이비인후과의 필수의료 과목 지정'에 당위성을 밝혔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김세현 이사장은 "정부는 몇 개 과를 국민건강에 필요한 필수의료과로 지정해 지원을 집중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이비인후과는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서도 보이듯이 감염병 환자의 50% 이상이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그것은 그만큼 국민이 호흡기바이러스감염 질환에서 이비인후과가 필수과라고 인식하고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한번 코로나 19 감염 환자가 병원을 다녀가면 열흘 이상을 강제로 문을 닫고, 또 코로나 병원으로 낙인이 찍혀 심각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비인후과 전문의라는 사명감으로 국민건강을 우선으로 치료에 임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필수의료로서 이비인후과의 역할'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학회에 따르면 호흡기전담클리닉과 호흡기 진료 지정 의원의 주무과는 이비인후과로 전국에 총 1,370여 곳이 있으며, 이를 통해 호흡기 감염병 대응의 최일선에는 이비인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정만기 홍보이사는 "이비인후과는 귀, 코, 목과 부속(감각)기관 질환, 그리고 호흡이 들어오는 가장 첫 번째 관문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일차 기관 이비인후과는 전문화된 급성호흡기감염병의 첨병"이라며, "반복되는 급성호흡기감염병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21년도 2분기 기준 전국 이비인후과 의원 2,570곳 중 약 75%가 방역 조치를 경험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홍보이사는 "호흡기질환을 관리하는 전국 2,600여 개소에 달하는 이비인후과에서도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지만, 별도의 대기 공간이 필요하고 환자의 동선이 분리돼야 하는 등의 개설 요건으로 여유 공간이 부족한 의원들은 쉽게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필수의료 선정과 함께 중장기적인 체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감염병 질환 대응 일차진료 활성화를 위해 ▲현재의 호흡기전담클리닉 개설 요건 완화, ▲시설 구비요건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감염예방관리료 지급,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작은 규모의 호흡기클리닉의 신설 유도, ▲최대한 많은 이비인후과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등의 4대 정책을 제안했다.

아울러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두경부외과의 고사 위기도 이비인후과가 조속히 필수의료로 지정돼야 할 주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비인후-두경부외과(이하 두경부외과)란 뇌 아래에서 가슴 윗부분 사이를 뜻하는 '두경부'에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다루는 이비인후과의 분야로 주로 기도 질환과 갑상선·두경부암 등을 다룬다.

두경부암의 연간 발생 건수는 2002년 3,316건에서 2010년에는 4,143건, 그리고 2019년에는 5,613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장시간 고난이도의 수술이 필요하고 다른 분야에 비해 어려운 수련과정과 높은 업무 강도로 두경부외과 전문의 지원율은 해마다 바닥을 치거나 지원율이 '0명'인 해도 나오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 따르면 전국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두경부외과 전문의는 154명, 이 중에서도 활발하게 수술하는 의사는 70~80여 명에 불과하다. 결국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두경부외과 전문의는 1~2명 정도이거나 아예 없는 실정이다.

정부의 불합리한 수가 체계도 두경부외과를 기피과로 내모는데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외과 계열을 지원하겠다며 2009년 7월 1일부로 '전공의 지원 기피 진료과목 수가 조정안'을 내놓고 수가가산제도를 시행했다.

두경부외과와 외과 모두 할 수 있는 '갑상선악성종양근치수술'의 경우 건강보험 수가는 88만810원이다. 하지만 이를 외과에서 시행하면 수가가산제도에 따라 20%의 가산이 더해져 105만6,972원을 받는다.

같은 수술을 하더라도 두경부외과가 아니라 외과에서 실시하면 17만6,162원을 더 받는데, 여기에 상급종합병원 가산이 더하면 그 차이는 22만9,011원으로 늘어난다.

'갑상선악성종양근치술' 이외에도 가산수가로 인해 같은 수술도 두경부외과가 저수가에 놓여 병원 경영에서 외면받고, 같은 수가에서는 두경부외과가 훨씬 중등도가 높은 수술을 하게 돼 지원자는 줄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정부가 내놓은 '기피과 해결을 위한 가산 수가 제도'가 결국 두경부외과를 병원과 전공의 모두에게 기피과로 만든 셈이며, 이로 인한 의료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에 김세현 이사장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은 장기간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상기도감염병 대응의 최일선에 노력해왔고, 낮은 수가와 낮은 지원 상황에서도 중증두경부암 및 기도 관련 응급질환을 해결해 왔다"라며, "하지만 더 이상 전문의로서의 자긍심이나 일방적인 희생으로는 현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지 않고, 제2, 제3의 코로나가 오게 되면 국민건강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현 상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로서 이비인후과의 역할을 인정하고, 안정적인 중장기 계획을 세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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